[일하며 생각하며]구병삼/위협받는 生命 존엄성

  • 입력 1997년 6월 26일 19시 48분


성경에 이르기를 『네가 욕심대로 재물을 다 소유한다 해도 오늘밤 주께서 네 생명을 취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생명이 모든 것의 전부라는 진리를 말한 것이다. 사실 그렇다. 나는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끝없는 살상… 인간복제… ▼ 우리 사회에는 자살을 비롯해 수많은 살상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 지존파가 그랬고 부자지간의 천륜(天倫)을 살인으로 저버리는 사건도 있었으며 심지어 학생운동까지도 살인을 야기했다. 복지국가와 같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할지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북한 주민의 참담한 실상도 들을 수 있다. 예로부터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錄之人)이요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 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먹고 살 권리와 천명(天命)을 타고 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릇된 정치와 인도주의의 결핍으로 같은 동포 수만명이 아사지경에 있는데도 해결책을 찾아 구제하지 못한다면 동포애는 물론이요 인간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사회가 어렵다고 해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윤리만은 정립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가치관의 혼돈속에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생명의 잉태에서부터 출생까지의 과정에서는 두 가지의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인공수정이 가정과 사회에 기쁨과 복지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인공유산은 낙태로 이어진다. 모체생명의 구제와 기형아 및 유전질환 등 의학적 이유에서부터 정상임신의 낙태에 이르기까지 인공임신중절이 연간 약 1백30만건을 넘는다. 이와는 반대로 생식보조술 등의 기법을 이용한 인공수태에 의한 임신은 생식세포의 냉동보존술과 더불어 그 슬기가 점차 발전하고 첨단화돼 이제는 포유동물의 복제에 이어 「인간복제」란 용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거의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생체로부터 한 개의 체세포를 분리해 핵을 빼낸 난자 속에 삽입,이를 자궁내에 이식시켜 태어난 「양(羊)」은 발생공학의 첨단화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성인개체에서 분리해 낸 체세포로부터 그와 닮은 인간개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인간생명의 윤리문제가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생명윤리 정립해야 ▼ 이밖에도 인류사회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생명체의 첨단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인체의 신비를 찾는 과학자들의 인간복제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나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할 연구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세계적인 현실이라 하겠다. 이와같은 사실은 과학의 위험한 오용과 오만한 인간의 저의가 종국에는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지고(至高)한 인간생명의 가치를 박탈하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이러한 파국을 면하기 위해,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돌이키기 위해 확고한 생명윤리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생명에 관한 한 사회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하루빨리 위험한 미몽에서 깨어나 생명의 숭고함과 생명경외의 겸손을 깨닫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구병삼(고려대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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