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 진앙지가 원자력발전소(原電)가 밀집한 양산단층대인 것으로 밝혀진 것은 충격이다. 더욱 놀랍고 두려운 것은 무엇보다 먼저 원전의 안전성 여부를 가려야 할 관계당국이 의도적으로 진앙지를 은폐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다. 관계당국은 원전부지 선정의 어려움과 국민불안을 우려해 정확한 진앙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는 월성원전에서 19㎞밖에 떨어지지 않은데다 지난 83년부터 지진활성 논란이 계속 일고 있는 양산단층대에 속해 있다. 이같은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이를 은폐하려 하기보다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대재난을 막기 위해 정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어야 한다.
지금까지 양산단층대는 비활성층으로 조사돼 인근에 고리 1∼4호기 및 월성 1호기 등 모두 5기의 원전이 세워졌고 2000년까지 3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일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정부는 먼저 양산단층대의 활성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그같은 조사연구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만큼 원전의 내진(耐震)설계 및 시공에 대한 정밀진단과 점검부터 서둘러야 한다. 월성 고리 등의 원전건설 당시만 해도 국내지진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불의의 강진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문인력 및 장비가 부족하다면 외국에서라도 인력과 장비를 들여와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은 국내지진의 최대 강도를 7.0이내로 상정하고 건설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없다. 만약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으로 밝혀지면 이 지역의 원전 추가건설을 취소해야 함은 물론 기존 원전들의 이전까지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