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농약을 쓰지않는 농부들

  • 입력 1997년 10월 14일 19시 34분


▼충북 음성의 한 농촌마을은 매년 가을 도시 소비자가족을 초청해 벼베기행사를 갖는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은 논에서 도시 어린이들은 메뚜기를 잡느라 신난다. 도시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농민들은 들판에 푸짐한 음식을 차려 고객을 맞는 흐뭇한 정경이다. 충남 논산의 한 농민은 비닐하우스 안에 벌을 키워 딸기 수정을 함으로써 무공해재배를 증명해 보인다. ▼이같은 유기(有機)농법에 의한 농산물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우리 식탁은 농약 방부제같은 유해물질에 무방비 상태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O―157 충격이 가시지 않은 터에 상추와 깻잎에서 허용기준치를 최고 4백44배나 초과하는 맹독성 농약이 검출됐다니 아찔하다. 익히거나 요리를 하지않고 날것으로 먹는 채소류까지 농약 범벅이라면 큰일이다. ▼생산과정도 문제지만 유통과정에서 농산물이 싱싱하게 보이게 하려고 농약과 방부제를 마구 뿌려대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입자유화로 중국 등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농산물의 농약 중금속오염도 이미 심각한 지경이다. 생산농민이나 상인들은 최소한 먹을거리만은 자기 가족이 먹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농약은 수확 직전에만 뿌리지 않으면 대부분 자연분해되거나 빗물에 씻겨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수송 저장 판매 가공과정에서의 살포가 더 문제다. 당국은 농산물의 안전성 검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농림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식품안전관리 체제도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해 저공해 농산물의 생산자와 판매업자 가공업체를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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