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싫어한다. 칭찬이 아니라 비아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열심(熱心)」은 어떤 일에 골똘함이라는, 꽤 좋은 뜻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성적이 안 오른다)』나 『(능력은 없지만)열심히는 하더라』고 할때 주로 쓰인다. 어쩌면 열심이란 말이 긍정적으로 쓰일 때는 실수가 용납되고, 의도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학생시절 뿐인지도 모른다.
반면 남의 돈 받고 일하는 사람, 프로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면책받는 것도 치명적 과오가 아닐 때의 한두번에 불과하다. 프로의 맨앞에 서있는 사람, 리더는 더욱 그렇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열심히는 했는지 몰라도 결과는 형편없는, 무능한 리더를 두고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은 『(나는 열심히 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했을 것이고, 급기야 온국민이 『I am F(나는 꼴찌예요)』하고 복창하며 국제통화기금(IMF) 돈을 받도록 만들어버렸다. 무능한 리더에게 우리 경제를 맡겨두느니 차라리 IMF의 지도 편달을 받게 돼 다행이라는 말도 들린다.
한 역사소설가가 『무능한 지도자는 역사의 범죄자』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국가의 한 시대가 흥하고 쇠하는 일은 전적으로 그 국가의 지도자에 달렸다고 했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전 은행장을 걸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지만, 지도자 잘못만나 졸지에 빚더미에 올라앉고도 소송조차 낼 수 없는 우리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점은 무능한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날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5년을 견뎌왔는데 그까짓 13일쯤 못 참을 것도 없다.
문제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유능한 대통령을 뽑아야만 한다는 점일게다. 버선목같이 뒤집어볼 수는 없지만, 결혼상대 구할 때처럼 맹목적 사랑에 눈이 멀거나 이런 저런 연(緣)에 끌리지 말고, 평생 살 집을 고를 때같이만 냉철하게 따진다면 「역사의 죄인」 만드는데 동참하는 죄를 짓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유능한 지도자만 나온다면 우리는 허리끈을 졸라매는 것은 물론 뱃살까지 뺄 준비가 되어있다.
김순덕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