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밤12시가 훨씬 넘어서야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재우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고요한 정적을 깨는 전화벨소리. 잘못 걸려온 전화겠지 싶다가도 순간적으로 혹시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싸인다. 잠든 남편을 흔들어 깨워 전화를 받게 했다.
역시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휴, 그럼 그렇지. 안도의 긴 숨을 내쉬고는 다시 평온한 잠을 청해본다. 특별히 병환중인 것은 아니지만 두분 모두 요즘들어 부쩍 병원출입이 잦으셨기에 나름대로는 꽤 걱정됐던 모양이다.
결혼한지 벌써 4년. 학교 졸업후 7년동안 줄곧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되던 해에 결혼했고 서른둘 문턱에서 지금 옆에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들을 얻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로만 지낸 시간이 꼭 1년.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내게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내 눈에만 잘생겼을지도 모를 아들이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 하루종일 노심초사하며 지내기 일쑤다. 문득 엄마 아빠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지 생각하면서 잘났다고 큰소리치던 철부지 시절을 잠시 뉘우쳐 보기도 한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했던가. 참 맞는 말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아들에게 “어서어서 쑥쑥 자라거라” 하지만 그만큼 부모님께서 연로해지신다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98년 새해가 시작되던 날. 새벽부터 일어나 시댁과 친정에 전화로 새해인사를 드렸다. 여느때보다 이른 시간에 딸의 전화를 받은 엄마는 놀라면서 “얘, 웬일이니. 이 시간에” 하셨다.
“아니예요 엄마. 새해에 더욱더 건강하시라구요.” 짧기만 한 딸의 새해인사를 듣더니 마치 준비라도 해놓은듯 푸짐한 덕담을 딸 사위 손자에게 고루 하고는 끊기 전에 한마디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또 네 전화가 시골할머님께 무슨 일 생겼다고 오는 연락인가 싶어 가슴이 덜컹했다.”
성현미(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