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요즘 우리 사정이 꼭 아이들 놀이할 때 부르는 노래와 흡사하다. 숨가쁘게 돌아가던 사회가 어느 순간 정지해버린 느낌. 점심때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렸던 이름난 식당이 한산해졌고 시내에서 강남까지 차로 1시간 넘던 길이 25분밖에 안 걸린다.
한바탕 홀린 것처럼 불어닥친 변화들. 도무지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맞이했는지 기억도 없다. 예전에는 연초에 이런저런 다짐도 하고 계획도 세웠는데. 온 나라가 시름에 빠져있으니 사람들마저 침울해지고 서로에게 잔뜩 화가 나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설에는 ‘경제적 부채’만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졌던 ‘마음의 빚’도 생각해보고 다시 출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모두에게 닥친 역경의 시간.나만 힘들다고 호들갑스럽게 불평하지말고 따뜻한 가슴으로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나보다 더 나를 염려하시는 노부모님의 주름진 얼굴. 언제였던가, 키도 몸피도 자꾸만 줄어드는 그 분들 품에 안겨본 것이…. 쑥스럽다 하지말고 이번 설에 만나면 그저 아무 말없이 한번 등내밀어 보는 것도 괜찮을텐데.
“힘들지. 당신, 애쓰고 있는 것 다 알아”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건네는 한마디, 살아갈수록 첩첩산중인 세상살이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될지 우리는 안다. 일하면서 늘 표안나게 이끌어주는 선배와 어른들. 내일 출근하면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씨익 웃으면서 그냥 책상위에 갖다놓는 것만으로도 이심전심, 다 통할 것 같다.
노래가사처럼, 사노라면 흐린 날도 있지만 삶의 속내마저 남루해진다면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 없이 살 때도 우리에겐 다습고 넉넉한 마음이 한밑천이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사는 도리나 근본을 돌아보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고미석 <생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