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바뀌어야 한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문제는 시급하다. 그러나 경제적인 위기 뒤에는 정치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으며 정치적 위기를 파헤쳐보면 우리 사회를 근본에서 흔들고 있는 문화적인 위기가 있다.
문화란 존재의 사회적 의미나 삶의 의미를 문제삼는 지적인 태도다. 이 태도는 사람들이 삶의 목적이나 가치를 향해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이며 그 목적이란 다름아닌 인간 삶의 환경이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란 경세제민의 줄임말이 아니던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세와 민을 빠뜨린 채 경제를 얘기하는 습성에 익숙해졌다. 경제를 걱정하지만 정작 경제의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면서 경제의 가치 이해와 실천에 혼란을 일으킨다. 무슨 수를 써서든 돈만을 추구하는 탐욕으로 인해 환경의 약탈, 국토의 무차별적 유린은 물론이고 국가 사회 동료 가족과의 관계, 무엇보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극단적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곧 위기의 근본이 경제만이 아닌 보다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위기, 즉 문화의 위기에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위기를 일시적인 충격이나 좁고 얕은 정치적 통제로 잡으려 하다가는 도리어 문제를 그르칠 뿐이다.
문화의 위기는 실존의 위기이며 경제위기 또한 이것에서 파생한 것이다. 개혁이니 해체니 하는 문제는 인간의 책임과 권리와 의무를 균형잡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위정자 역시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민주정치란 국민의 삶을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의 위기는 전쟁이나 가난의 공포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위태로운 것이다. 이 위기는 경제에 대한 과잉한 사변(思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눈이 뜨여야만 극복되는 것이며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리더십만이 이 나라 위기해결의 근본적인 단서를 쥐게 할 것이다.
김상수<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