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총장 명예총장, 동아일보 이사 감사, 문교부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적십자사 총재 등을 지낸 선생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었던 80여 분이 선생에 대한 추억의 편린을 모아 빚어 놓은 ‘남재상(像)’을 더듬어 보면서 나는 그의 명성과 그 인간됨이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
“끌어모아 엮으면 섶도 암자(庵子)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진정어린 추모의 마음들을 담아낸 이 문집을 통해 민족의 사학(私學) 고려대를 무대로 하여 남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민족현대사의 바로 그 ‘이면사(裏面史)’를 읽고, 이나라 지성계의 축도(縮圖)를 보는 듯한 감상에 젖게 되기 때문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東京)대학을 나온 대석학으로 한국지성을 상징했던 선생의 75년 생애는 선생의 사자(嗣子)가 이 문집에서 지적하고 있듯 일제식민지배로부터 광복―동란―혁명―민주항쟁에 이르는 그야말로 민족수난기였다. 이 모진 격동의 세월을 선생은 정치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행정가로서 남다른 발자취를 남기고 고종명(考終命)했다.
문집은 선생께서 이 나라 이 사회에 끼친 그 높은 정신적 공헌과 큰 그릇(大器)으로서의 지도자적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산권연구의 신기원을 수립한 ‘모택동 사상’ 등 선생의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명연설, 특히 선생이 제시한 민족의 통일비전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문집 필자들의 정제(精製)된 글을 접하면서 나는 우리사회 전 영역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졌던 선생의 유지(遺志)야말로 길이 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문집은 선생의 지론인 ‘역사의 신(神)’을 굳게 믿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정진하여 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 곧 선생의 유훈(遺訓)을 받드는 길임도 함께 일깨워주고 있다.
박권상(일민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