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서는 순간 박씨는 차 뒤쪽 아래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는 것을 봤고 놀란 일행 3명도 차에서 내렸다.
10여분만에 차는 전소됐다. 박씨는 기아자동차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사고는 생산자 책임이 아니니 보험회사와 상의하라’는 기아측 답변.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박씨는 허탈하기만 했다.
고민끝에 박씨는 다음날 PC통신 하이텔(go car)에 사고개요와 기아측의 무성의에 대한 글을 띄웠다.
통신인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불타는 프레지오’‘소비자 무시하는 기아’ 등의 제목을 단 항의문이 순식간에 게시판을 뒤덮었다.
이에 대해 기아측은 30일 ‘원인규명 작업이 진행중인데 기아를 매도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명예훼손성 글을 본인 스스로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할 예정이다’라는 글로 대응했다.
통신인들은 더욱 흥분했다.
‘소비자 협박하는 기아’ ‘기아, 국민기업 맞나’ ‘안하무인격 기아에 분노’.
당황한 기아측은 즉각 게시판의 글을 삭제한데 이어 1일 ‘본의는 아니었으며 통신상의 기본예절을 벗어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고 박씨와 협상에 나섰다.
박씨는 감가상각비와 등록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새 차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한치 부끄러움 없는 처리를 택한 기아의 재기를 바란’(한 통신인)다.
‘앞으로 더욱 성실한 국민기업이 되겠다’(기아).
생산자와 소비자는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지듯 새롭게 태어났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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