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재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의무가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바캉스도 그 중의 하나. 정신과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에게는 ‘뭘 꼭 해야만 한다’는 의식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 아무리 좋고 신나는 모임도 ‘빠지면 안된다’고 벌칙을 정하면 그 때부터 스트레스가 된다.
언제부턴가 휴식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치러야 하는 전쟁처럼 다가오는 바캉스. 아예 발상을 바꾸는 것이 ‘휴가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 피서는 이름난 바다나 산에 가서 별나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부터 말이다.
집에서 시계보지 않고 느슨하게 지내는 휴가도 꽤 괜찮을 것같다.
‘아빠의 날’ ‘엄마의 날’ ‘아이의 날’을 정해 서로 소원 들어주기. 마냥 미뤄두었던 가족앨범 정리. 감탄하며 모아두었던 아이의 첫 그림, 첫 공책 등을 찾아내 스크랩북 만들기. 그리고 하루나 이틀은 부모님과 함께…. 나이드신 부모님 곁에서 잠들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3대가 마루에 나란히 누워 잠드는 모습이 정겨울 듯.
명절때 정신없이 들렀다 오는 고향 시골집은 어떨까. 지난해 한 선배는 형제끼리 모두 가족을 이끌고 옛 집에 모였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다녔던 학교에서 뛰어놀고, 돌아오면 마당 우물가에서 땀을 씻고. 밤이면 어른들은 마루에서 콩을 까며 두런두런 나누던 얘기들. “마치 어렸을 때 우리 목소리가 집안 여기저기서 들려나오는 것만 같더라.”
마음만 바꾸면 보인다. 사람들 사이에 휩쓸리지 않고 그 어느해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휴가를 만드는 길이….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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