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을 재촉하는 매서운 찬바람이 옷속을 파고들던 22일 늦은 저녁 서울 중구 중림동의 조그마한 김밥집인 ‘프랑스 김밥’식당안.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듯 초췌한 차림의 40대중반의 한 남자가 가게로 들어와 간절한 목소리로 식사 한끼를 부탁했다. 장기간의 노숙생활에 찌든 듯 남루한 행색을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당황스러웠던지 식사를 하던 손님들은 일제히 딱하다는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그러나 가게주인 임미성(林未成·여·42)씨의 반응이 손님들을 더욱 의아하게 했다.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흔쾌히 “그러세요”라며 자리로 안내한 것.
“마침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곧 차려드릴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임씨는 “몸이라도 녹이라”며 그의 곁으로 난로를 옮겨놓았다. 조금뒤 남자의 식탁위에 차려진 것은 라면이 아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밥 한공기와 된장국 한그릇.
여주인의 예상치못한 ‘환대’가 다소 놀라웠던지 남자는 임씨를 한동안 바라보다 이내 밥을 국에 말아 허겁지겁 허기를 채웠다.
“밥이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뿐인데….” 밥 한톨, 반찬 한점까지 남김없이 비워 허기를 채운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맙다”는 짧은 인사말을 뒤로하고 가게문을 나섰다.
“아무리 살기 어려운 때라지만 배고파 찾아온 이웃을 나몰라라 할순 없잖아요.” 임씨가 식탁의 빈그릇들을 치우며 말했다.
5년간 남의 식당일을 하며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2개월전 가게문을 연 임씨는 “모두가 힘든 시기니만큼 이웃을 조금만 생각하고 서로 돕는다면 다시 좋은날이 오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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