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상호/『당연한 공직 수행인데요…』

  • 입력 1999년 4월 7일 18시 59분


『파평면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진화노력이 없었더라면….』

7일 늦은 저녁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커피숍. 국내 한 대기업의 계열사인 S자동차 전무 오모씨(53)는 얼마전 겪은 일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씨는 지난달 28일 부인과 함께 지난해 사둔 경기 파주시 파평면의 작은 텃밭을 찾았다.

부부는 타지에서 구입해온 벚나무 수십그루를 심기 위해 밭 주변에 불을 놓았다. 잡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때마침 불던 강풍을 타고 불이 삽시간에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면서 대형 산불로 번졌다. 난데없는 화마(火魔)에 기겁한 부부는 119에 신고를 했고 20여분이 지나자 인근 군부대 장병들과 소방대원 주민들이 도착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커져만 가는 산불의 기세에 모두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그때 40대초반의 한 남자가 도착해 현장 지휘에 나서면서 불길을 잡을 수 있었죠.”

특히 그 남자와 함께 온 30대초반의 남자 2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삽을 든채로 불길을 헤치고 산 위쪽으로 올라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두시간만에 불을 끈뒤 비로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어디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냐고 묻자 그분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뿐인데요, 뭘…’하면서 돌아가셨어요.”

그뒤 오씨는 며칠간의 수소문끝에 그들이 파평면장과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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