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보이는 관광, 안보이는 관광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07분


관광은 인간의 호기심과 역사를 같이한다. 특히 15세기 이후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산업혁명은 관광개념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교통수단의 발달이 근대적 의미의 관광을 낳은 것이다.

19세기 초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제국이 관광으로 큰 돈을 벌게 되자 ‘관광은 수출’이라는 인식이 태동했다. ‘관광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쿡 목사는 사상 처음으로 여행사를 만들어 1863년 런던∼파리간 단체관광을 주선하기에 이르렀다.

▽관광이란 말은 원래 주역(周易)에 나오는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이란 구절에서 유래됐다. 여기서 관광은 ‘다른 나라의 훌륭한 문물을 잘 살펴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좋은 경치를 유람한다’는 뜻이 가미된 것은 한참 뒤였다.

옛글에는 관광이란 말이 홀로 쓰인 경우보다 ‘청암관광(聽闇觀光)’이라고 한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인심 풍속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죽을 쑤던 관광업계가 최근 일본의 황금연휴로 반짝호황을 누렸다. 4월말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와 1인당 79만원의 쇼핑비용을 쓰고 갔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그들이 쓴 액수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업계에 희색이 돈 모양이다. 호텔객실 점유율도 20%포인트 높아졌다. 관광공사의 단기대책들이 주효한 듯하다.

▽그러나 두렵다. 한국인의 내면과 한국문화의 안보이는 구석은 어떻게 평가하고 돌아갔을까. 옛 조상들의 ‘청암관광’ 철학이 머리를 맴돈다. 뜨내기 손님을 멋대로 상대하는 역전(驛前) 식당 수준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매상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보여주는 일이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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