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홈런 신기록

  • 입력 1999년 8월 3일 19시 27분


현대 스포츠는 스타를 위해 존재한다. 스포츠가 있기에 스타가 나오는 게 아니라, 스타가 있기 때문에 스포츠가 유지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스포츠가 넓은 의미에서 대중문화에 포함되게 된 것은 스타 탄생에 힘입은 바 크다. 우상을 갈구하는 대중의 욕구에 약삭빠른 스포츠 상업주의는 스타를 계속 ‘제조’해 내고 있다. 스타를 내세워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스타를 연호하는 대중의 심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래도 큰 가닥을 꼽자면 역시 대리만족의 측면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단조롭고 고독하다. 게다가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탈락한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모두에게 1등만을 강요한다. 1등이 아닌 나머지 다수에게 안겨지는 것은 상실감과 열등의식뿐이다. 이들은 스포츠나 대중문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면서 그 스타와 함께 잠시나마 승리자의 기쁨을 공유하고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우리 대중문화도 본격적인 스타시대에 돌입한 느낌이다. 젊은 세대들의 스타에 대한 열광과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수도권에서는 수해로 난리법석이 벌어진 가운데 엊그제 대구구장은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모든 관중의 눈은 한 선수에게 쏠려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목전에 둔 삼성 이승엽선수였다. 이날 이선수는 올시즌 43호 홈런을 오른쪽 스탠드에 시원스레 꽂아 신기록을 달성했다. 프로야구계에 대형스타 탄생을 알리는 화려한 축포였다.

▽이승엽의 신기록은 대단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시즌종료까지 60개도 쳐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맥과이어나 일본의 왕정치와 맞먹는 대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 앞으로 터지는 이승엽의 홈런은 한방한방이 바로 신기록 경신으로 이어진다. 23세의 젊은 스타가 앞으로 어떻게 야구역사를 써나갈지 자못 흥미롭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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