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칼럼]하권익/30년전 의료제도 이젠 바꿀때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온세상이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다. 변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새롭게 태어나야 할 분야는 바로 의료계다. 세계 의료계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변하고 있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자. 불행하게도 우리의 의료제도는 발전적으로 변화하기보다 오히려 뒷걸음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의료계는 ‘형식’에 ‘내용’이 묶여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30년전의 제도가 변하지 않은 채 의료계를 꽁꽁 묶어놓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나 저개발국에서 시행했던, 최소한의 보편적 치료로 만족하던 제도를 새 천년에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제도로는 국민이 요구하는 세계 수준,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우리의 제도개혁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위화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리고 의료계의 변화는 ‘의료인만의 이익추구’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과거의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는 꼴이다.

수많은 국민이 좀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으로 떠나고 있다. 국내에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최고의 의술을 배워왔거나 국내에서 세계수준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의사들이 많지만 빽빽한 일정과 비용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천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의료제도를 바꿔야만 의학발전이 가능하고, 국민건강을 최대한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의료계도 제도 탓만 하지 말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앞장서 오로지 국민건강편에 서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하권익(삼성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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