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앞서면 실패만
60년대 세계적인 핵주먹이었던 소니 리스튼은 당시에는 풋내기였던 무하마드 알리에게 두번이나 KO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단방에 때려뉘어 챔프의 자존심을 지켜보겠다는 욕심이 앞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다 보니 첫 대전에서는 어깨가 탈골돼 중도에 TKO패했다. 재대결에서는 복수심에 불탄 나머지 어깨가 굳어 제대로 주먹도 날려보지 못하고 KO패하고 말았다.
특히 골프 경기에서 승부나 점수에 집착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유연한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동반 플레이어를 혼내주려고 혹은 좋은 점수를 내보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그날 골프는 망한다. 욕심을 버려야만 자세가 유연해지고 제 컨디션을 유지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서예도 마찬가지다. 아버님 석전(石田·황욱)은 평생 글씨 공부는 ‘어깨 힘빼기’라고 말씀하셨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서예의 생명인 획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몸으로 써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 어떻게 해야 어깨에 힘이 빠지는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무심(無心)의 상태가 돼야 붓을 통해 자연스러운 미(美)가 창조된다. 아버님은 어깨 힘빼기를 허완(虛腕)이라고 했다. 제법 글씨를 쓴다는 사람중에도 허완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가끔 말씀하셨다.
운동과 글씨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무리한 욕심을 내서 이 세상에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서린이부우부족(西隣已富憂不足·서쪽에 사는 이웃은 이미 부자가 되었음에도 부족함을 걱정하고)
동로수빈낙유여(東老雖貧樂有餘·동쪽에 사는 노인은 비록 가난하지만 여유로움을 즐긴다)
1억원을 가진 자는 2억원이 없는 것을 한탄하고, 1000억원이있는자는2000억, 3000억원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끝내 지족(知足)을 모르고 부족함을 걱정하다 일평생을 마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과욕(過慾)은 사심(邪心)을 낳고, 사심은 무리를 낳으며, 무리는 근심을 낳게 되고 근심은 불행을 낳는다. 반면에 과욕(寡慾), 적은 욕심은 청심(淸心)을 낳고, 청심은 순리를 낳으며, 순리는 즐거움을 낳고, 즐거움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다. 그래서 적은 욕심은 맑은 마음의 근원이 되고 근심을 버리는 것은 즐거운 성품의 바탕이 된다 하였던가.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과정을 소홀히 하고 결과에만 집착해 진정한 삶의 과정이 인생의 행복에 얼마나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공자는 자장(子張)이라는 제자가 세상을 가장 어질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공 관 신 민 혜(恭 寬 信 敏 惠)’이 다섯 가지만 착실하게 행하고 살면 가장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느니라.” 공경을 하면 남이 나를 업신여기지 않게 되고, 관용을 베풀어 너그럽게 처신하면 여러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되어 많은 사람을 얻게 된다. 믿음이 있으면 남이 나에게 많은 일을 맡기게 되니 사회적으로 유용한 사람이 되며 민첩하게 활동하면 많은 일을 이루게 되어서 성공할 수 있다. 은혜를 베풀면 사람들이 나의 뜻을 따라주니 많은 사람들을 부릴 수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며 존경받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부정하게 얻은 결과는 화(禍)를 불러오지만 어질게 살아가는 착실한 과정은 복된 결과를 가져온다. 지나친 욕심은 행복을 앗아가고 파멸을 부른다. 어깨에서 힘 빼고 살아가기를 배우자.
황병근(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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