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권 가입은 주가가 폭등한 날, 환매신청은 주가가 오르는 금요일’이라는 센스 있는 투자요령도 앞으로는 무의미해졌다. 특히 펀드 환매자금은 반드시 펀드재산(주식 채권 등)을 팔아 충당하도록 한 것은 해당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금감원은 15일 약관변경을 승인한 뒤 16일 각 투신사에 통보만 했지 투자자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작년 9월 증권투자신탁업법이 개정되면서 올 9월16일 표준신탁약관 개정안 시행이 예정돼있었다”면서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알려졌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바쁘기는 하지만 고객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약관의 변경 사실을 홍보하지 않은 것은 지나쳤다”고 털어놨다.
투신사측은 “표준신탁 약관 개정안 시행이 연기되는 게 아닌가하는 기대감을 가진 게 사실”이라며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고객이 문의하면 그때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대우쇼크 이후 수익증권펀드는 금융상품으로서의 신뢰를 잃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환매만 줄기차게 늘 뿐 신규가입은 답보상태에 있다.
투신사의 위기가 ‘신뢰 실추’에서 비롯됐다면 위기탈출의 해법은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 약관변경 홍보를 보면 신뢰회복을 위해 당국이나 업계가 노력할 게 참 많은 것 같다.
이강운<경제부>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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