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스컴은 공식전이 아닌 친선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제 일본 축구가 완벽하게 한국을 능가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한 스포츠신문은 “과거 일본 축구는 정신력에서 한국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정신력에서도 앞섰다”고 썼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천재 미드필더 나카타를 빼고 치렀던 서울 원정 경기에서 한국을 1대0으로 완봉시킨 점을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는 일본뿐만 아니다. 중국이 자국내 축구 붐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두 대국 사이에 끼여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한국과 중국은 시드니올림픽 축구 최종예선에서 바레인과 함께 같은 2조에 속해 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2조 경기에서 시드니행 티켓은 한장 뿐으로 중국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어제 그 첫 경기인 한중(韓中)전이 서울에서 열려 한국이 승리했다. 하지만 손쉬운 게임은 아니었다.
▽아시아 축구의 판도는 한국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한국 일본 중국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면 전처럼 우리 축구가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당장 한 두게임의 승리나 패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 긴 안목으로 한국 축구가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축구전문가는 물론 팬들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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