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는 한술 더 떠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컴퓨터에 의해 무엇이 가능하고 바뀔지 아무도 정확한 예견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70, 80년대의 전산화, 90년대의 정보화에 이어 다가오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토지와 자본 대신 정보와 지식이 힘이 되는 시대. 빛의 속도로 정보가 교환되고, 기억력으로 우열을 가리던 인류가 꿈도 꾸지 못했던 무한 용량의 데이터로 경쟁하는 시대.
▽삶의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직장의 개념도 빠르게 바뀐다. 재택(在宅) 원격근무 노동자가 미국의 경우 최근 2년간 20%나 늘어 1000만명을 훨씬 넘어섰다. 미국 IBM의 경우 미국내 영업사원 80%이상에 대해 사무실을 없앴다. 원격근무자를 위해 노트북PC 휴대전화 전자수첩 등을 사는데 2700만달러를 썼으나 그보다 많은 임대료 7500만달러를 줄일 수 있었다. 사무실 근무는 예외가 되어 가는 것일까.
▽우리도 정보화 지식화 시대에 뒤질 순 없다. 산업화 지연으로 빚어진 고통과 비극은 되뇌기도 싫다. 다행히 컴퓨터 보급이나 활용, 휴대전화 보유 등은 과히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우수 인력도 많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률 정비가 ‘뱁새’걸음이라면 문제다. 정부가 손질 과제로 삼은 23개 법률 중 실제로 된 것은 두건 뿐이라는 보도다. 정보화에 따른 현실적 마찰 모순 분규를 제대로 추스를 수 있어야 법이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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