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거대경제 중국이 쫓아온다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미중(美中)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13년 동안 끈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몇 개 국가와 쌍무협상을 남겨놓았지만 제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미국과 합의함으로써 다른 나라와는 어렵지 않게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무협상이 모두 타결되면 회원국들은 쌍무협상의 결과를 다자화(多者化)하고 WTO 일반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함으로써 중국은 새 회원국이 된다. 아직도 상당한 절차가 남아 내년 초에나 정식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WTO 정식가입▼

중국 가입은 WTO가 95년 초 설립된 이래 제일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로 더욱 빠른 속도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교역상대국 입장에서는 12억명 인구를 보유했고 가장 잠재력이 큰 중국시장이 더욱 개방됨으로써 새로운 무역과 투자의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세계교역체제 측면에서 보면 중국 가입은 거의 동시에 대만의 가입을 성사시킬 것이다. 또 러시아를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가입협상을 촉진시킴으로써 2,3년 내에 WTO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같은 무역규범을 수용하는 명실상부한 범세계적 무역 기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가입은 WTO 내에서 개발도상국의 영향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135개 회원국 중 4분의 3 이상이 개도국이어서 WTO는 전신인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비해 개도국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가입은 이런 추세를 더 한층 촉진하는 효과를 내 WTO가 선진국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기구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부터 시작할 뉴라운드에서 중국이 정회원국으로 참여하면 일반적으로 개도국의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WTO 가입과 동시에 모든 회원국 사이에 적용되는 최혜국대우를 보장받게 된다. 2000년부터 시작할 뉴라운드에 참여해 자국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으며 분쟁해결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국가 신뢰도를 향상시키며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와 외국자본을 유치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국내 경제 개혁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경쟁력강화 박차를▼

한국은 중국과 7년 전에 수교했지만 그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무역과 투자관계를 증진시켜 97년 양국간 무역 규모가 230억달러를 상회해 한국의 제3의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물론 한국이 크게 흑자를 시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큰 경제이며 11위 교역대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21세기 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 무역협정을 통해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수출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중국은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방할 것이므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진출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중국의 무역제도와 법규 관행들이 WTO의 규범을 따르게 돼 중국과의 상거래는 보다 명료해지고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모든 WTO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문화전통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경제가 상호보완적이므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혜택을 더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WTO에 가입해 최혜국 지위를 일반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세계 주요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접근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과는 더욱 중요한 경쟁상대가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양국간의 경쟁 판도는 양국 산업 경쟁력의 변화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가입 이전에도 중국은 한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했기 때문에 WTO 가입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업계는 중국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는 신상품 개발, 수출 구조의 고도화에 더 한층 노력해야 할 수밖에 없다.

김철수<전WTO사무차장·세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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