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2200여억원을 투자해 제작한 아리랑 위성은 다목적 실용위성으로 육상의 상태를 정밀하게 탐사하는 전자카메라와 해양의 상태를 관찰하고 감시하는 해색(海色)관측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이들 센서는 한반도와 세계 도처의 육지와 해양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시시각각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구 생태계, 해양오염의 관측, 정밀지도의 제작 등을 수행하게 된다.우주과학 탑재체를 지녀 고층대기에 관한 실험도 할 수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컴퓨터 신소재 등 첨단기술을 집약화한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고려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미국의 항공우주국, 일본의 우주개발사업단 창설이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육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과학과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실로 막대하다.
90년대 초반 2년간의 임무를 띠고 기상과 해양 상태, 삼림과 지질의 관측을 목적으로 발사된 유럽 원격탐사위성(ERS1) 제작에는 1억 파운드 이상이 투자됐다. 한 연구는 이 위성이 보내는 작황조사만으로도 투자 금액에 상당하는 가치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수지가 맞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항공우주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신기술이 지배할 21세기의 생존전략으로 장려되고 보호육성 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도처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세계경영으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발사된 아리랑 위성으로부터 과학 활용 측면에서 투자금액을 상회하는 이익을 남길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한가닥 우려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제까지 우리의 우주사업이 제작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위성의 응용과 활용 연구를 위해 투자된 연구개발비가 제작비에 비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막대한 자료는 정확도가 검증돼야 이용가치가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부터 얻는 정보는 오히려 사실을 오도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나을 바가 없다. 정확한 자료의 생산, 응용과 활용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채 자료를 송신하는 인공위성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막대한 재원을 투자한 인공위성으로부터 이익을 최대화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국민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당국의 정책을 기대한다. 2호, 3호기도 예정대로 발사돼야 하지만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이들 인공위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이다.
손병주<서울대 교수·지구과학 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