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런던무역관이 곱씹어 볼 만한 보고서 하나를 서울본사에 보내왔다. 영국 대외무역청 자문단체로 96년 발족한 한국진출 영국중견기업협의회(파트너십 코리아)가 최근 자국 내에서 배포한 ‘대한(對韓) 비즈니스 성공의 10계명’이 그것이다. 영국기업들이 지난 50년 이후 한국 진출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득한 ‘상대 바로알고 활용하기’ 즉 한국인 공략법인 셈이다.
그 내용 중엔 이런 대목도 있다. ‘한국인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는 합리적 논리보다 감정적 고려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기분에 좌우되는 극히 민감한 사람들로 기분과 감정상태가 빚어내는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절대로 한국인을 궁지에 몰아넣지 말고 치켜세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라.’ 우리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관료 정치인들도 대외 비즈니스와 통상협상 등에서 일시적 기분과 ‘비행기 태우기’에 붕 떠서 무르게 주저앉은 일은 없는지 되짚어볼 만 하다.
한국인이 매우 직선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에 쉽게 사로잡힌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일본인 가운데도 ‘한국인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주 앉는 순간 표정과 언성에서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얘기다.
영국 파트너십 코리아의 10계명 가운데는 또 음주실력이 협상결과와 인간관계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도 있다. ‘일과 술’의 매우 한국적인 상관관계를 꿰뚫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술을 근사하게 잘 마시는 외국인 상대에겐 갑자기 너그러워지거나 자신이 먼저 술에 취해 속을 다 내주는 일은 없는지…. ‘한국인은 안면을 중시한다’ ‘한국에서는 인적(人的) 채널과 인간관계가 법적 서류보다 중요시될 때가 많다’ ‘특히 금전을 이용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등의 내용도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영국판 한국인 공략법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있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기성찰의 자료가 됨직하다. 차제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많은 상대국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의식 관행 및 문화적 특성 등을 깊숙이 알고 대외비즈니스와 통상협상 등에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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