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용하/日 '독도야욕' 침묵만 할건가

  • 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22분


일본이 새천년을 한일관계에서는 독도에 대한 도발로부터 시작하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일본은 지난번 이오지마(硫黃島)에서 ‘독도점령’을 가정한 군사적 예행연습을 실시했다고 일본신문이 보도했다. 이어 일본정부는 일본 국민의 호적을 독도에 옮겨 등재했다.

한국 국민이 이를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와 도발이라고 보아 규탄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며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그런데 해괴한 것은 한국 외교통상부는 이오지마에서의 일본의 예행훈련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고, 일본 국민 호적의 독도 이적 등기에도 국민 여론이 치솟기 시작하자 겨우 국장을 시켜 항의했다. 일본이 한국 외교부의 소극 대응을 깔보고 독도는 일본영토이므로 일본국민 호적 등기는 당연하다고 응답해 오고, 한국 국민의 항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한국 외교부의 일부 관련자는 일본이 영토 도발을 해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독도 문제는 한국이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조용히 침묵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며 국민과 정치가들을 속여 어루만지려 하고 있다.

독도가 한국영토임은 한국자료들 뿐만 아니라 일본자료들도 명백히 증명해 주고, 연합국도 한국영토로 한정했다. 그런데 96년 5월 일본은 독도를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 취해 공표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 때에도 침묵이 최상이라고 숙이고 있다가, 1년2개월 후인 97년 7월에 독도를 한국 EEZ의 기점으로 취하지 않고 뜻밖에 후퇴해서 울릉도를 한국 EEZ의 기점으로 취해 공표했다.

한국영토인 독도를 일본이 먼저 일본 EEZ의 기점으로 취했는데 한국이 그 후에 한국 EEZ 기점을 취하면서 독도 기점을 포기하고 후퇴해서 울릉도 기점을 취한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최상의 전략이란 말인가.

신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본측이 공공연히 ‘한일공동관리’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소위 ‘중간수역’을 설정하여 독도를 수역상 울릉도에서 분리하여 ‘중간수역’에 넣은 것이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최상의 전략이란 말인가.

일본 정부가 독도침탈 작전을 시작하여 독도에 호적 등기한 일본국민을 독도의 ‘서도’에라도 일본 해군(해상자위대)이나 청년단의 호위 아래 상륙시켜 버티면, 외교부가 국민설득용으로 악용하는 ‘실효적 점유’를 일본측은 자기들도 가졌다고 주장할 것이다. 한일간에 독도전쟁을 할 수 없으므로 일본에 끌려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조국의 영토를 위험 속에 쳐넣을 수도 있다. 당연하건대 이번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도발에 대해 한국 국민의 반응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고, 외교부 일부 관리들의 반응은 매우 부당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권익을 제대로 수호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적어도 독도문제에 관한 한 국민이 옳고 외교부 일부 관련 관리의 대응이 지극히 미온적임은 우리 모두 아는 일이다.

독도 영유권과 영토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외교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리하여 일본 정부가 독도를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한일친선의 길이다. 둑이 무너지기 전에 구멍이 뚫렸을 때 적극 막아라. 정치가들도 국민의 정당한 여론을 잘 수렴하여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일에 국민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신용하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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