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런 미국의 양당체제는 19세기 중반에 확립됐다. 근 150년 양당은 미국정치를 양분하며 정부와 시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명찰만 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민의 요구를 정치의 틀에 담아왔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 미국민의 정당일체감이 약화된데다 제도 정치,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도 높아져 무소속 희구심리가 급증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국인의 정치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여전히 민주 공화 양당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4·13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가에는 지금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집권여당이 먼저 새 간판을 걸겠다고 한 뒤 이곳 저곳에서 새 당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는 특정지역 정서를 대변한다고 하고 또 일부는 구시대정치 청산을 창당의 기본정신으로 삼는다고 한다. 50여년 헌정사에서 우리처럼 수많은 정당을 가져본 나라도 드물다. 정당 평균수명이 5년이 안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새로 생길 당들이 유권자의 ‘진정한 선택’을 가능케 할 것인지, 명찰만 다른 똑같은 빈 병으로 유권자 앞에 나열될지 궁금하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은 여론을 조직화하며 ‘지속적으로’ 선거에 참여해 정책을 실현하려는 기구다. 이를 위해 공직후보를 내세우고 정치지도자를 배출한다. 총선의 코앞에서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당들이 과연 그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집권여당 신당이건, 정말 새로 나는 당이건 제대로 된 국정운영 비전과 나라의 먼 장래를 얘기하지 못하고 다른 당, 다른 정치세력의 비판이나 특정지역 이익에 골몰한다면 또 하나의 ‘포말 정당’에 이름을 얹는 것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민병욱 <논설위원> 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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