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탈북자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조용한 외교’로 해결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탈북자문제의 외교쟁점화는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햇볕정책이라는 ‘성공적인’ 정책의 큰 틀만 손상시킬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처럼 나타난 이상 ‘조용한 외교’는 물론이고 그 ‘조용한 외교’를 배태시킨 햇볕정책 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햇볕정책에 관한 한 ‘참고 포용만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배타적 기조보다는 소리를 낼 때는 내는 융통성 있고 유연한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들은 UNHCR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비록 UNHCR의 결정이 관련국가에 구속적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 해도 정부는 중국이나 러시아정부에 대해 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더구나 정부는 동티모르에 전투병력까지 파견하는 등 ‘인권외교’를 특별히 강조해 왔다. 그런 정부가 이번 탈북자문제 해결과정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측의 말만 믿고 소극적 대책으로 일관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외교적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변명해도 설득력이 없다. ‘4강외교’가 완성단계에 돌입했다고 장담하던 정부 아닌가.
중국이나 러시아측 역시 강대국답지 않은 졸렬한 태도를 보였다. 탈북자들에게 출국 비자까지 발급했다가 중국으로 넘겨준 러시아측 처사나 인도주의적 처리를 다짐해 놓고도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중국측의 태도는 ‘반 인권적 행위’를 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탈북자문제는 이번 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대북정책과는 별도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책을 마련하면서 중국 러시아도 그같은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외교력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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