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손정의의 사람관리

  • 입력 2000년 1월 21일 01시 03분


인터넷 사업의 세계적인 리더 손정의(孫正義)씨의 사람 부리기에는 나름의 안목이 엿보인다. 책임 회피와 안일함같은 ‘대기업병’에 젖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극한다. 손씨보다 8세위인 소프트방크의 임원 미야우치 겐은 말한다. “손씨는 도전하다 실패한 사원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않고 움츠리고 있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도쿄증시에서 ‘야후저팬’을 한 주에 1억엔이 넘는 ‘황제주’로 끌어올린 신화의 그늘에는 날카로운 조직관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손씨는 일찍부터 꿰뚫어 보았다. 기업이 궤도에 오르면 사원이나 경영진의 머릿속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사원인 나는 톱니바퀴에 불과하므로 회사가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떤가, 내게 돌아오는 몫은 그대로 아닌가’하는 참으로 위험한 타성에 빠진다. 그것을 막기 위해 자연계 정글의 법칙에서 착안했다는 두가지를 사내에 제도화했다.

▷그 하나가 ‘10인단위의 가상기업’. 환경에 적응해야만 살아남는 적자(適者)생존의 법칙대로, 팀마다 매일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현금유출입명세 3가지를 컴퓨터에 넣어 실적을 확인하게 한다. 현금흐름이 최저로 떨어지면 ‘도산’이라는 가상(假想)의 사망판정이 떨어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센티브’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주인이 알을 나눔으로써 사원과 회사이익을 극대화하고 무사안일을 방지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 공기업의 사보 1월호에 눈길을 끄는 설문조사 내용이 실렸다. ‘창의성을 가로막는 최악 5가지’를 꼽으라며 사원 1032명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 ‘시키는대로나 하지 무슨 말이 그리 많아.’ ‘규정에 있는 대로 해.’ ‘다른 부서는 어떻게 했나 알아봐.’ ‘그렇게 한다고 월급을 더 주냐, 승진을 시켜주냐.’ ‘말로 하지 말고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소리들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어디 공기업뿐이랴. 농경시대 산업화시대의 사고(思考)와 잔재들이, 아이디어와 지적 활력으로 승부를 내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김충식 논설위원> 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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