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검찰소환에 불응하면 구인장이나 체포영장 발부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 강제 수사를 하면 된다. 소환에 불응한다고 해서 신상 및 혐의사실을 공개해도 된다는 것은 어느 법에도 없다. 병무사범은 엄단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초법적인 수단 방법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정치인들을 향해 ‘병무비리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검찰도 ‘정치행위’로 비쳐질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소환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한다면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인의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명단공개 엄포는 ‘정치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소환대상자의 신분은 ‘아직은 참고인이고 정확히 말한다면 피진정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검찰 수사본부장의 말이다. 이 기회를 빌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수사기관이나 권력기관이 툭하면 ‘명단공개’ 운운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본란은 이미 여러 차례 병무비리 척결의 당위성을 지적하는 한편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수사로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당부한 바 있다. 그러한 원칙론적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검군(檢軍) 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는 한동안 정치인 관련 수사를 총선 후로 미루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며칠 전 느닷없이 ‘총선 전 소환’을 발표했다. 이때 본란은 합동수사본부의 떳떳하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번에는 또 서울지검장이 나서서 신상공개 운운하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총선은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이 이 기간 중 수사를 미룬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도 지금은 국가적 행사인 총선의 공정 공명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적격 정치인에 대한 낙천 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총선연대가 병무비리 수사를 총선 후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그들 역시 병무비리는 철저히 조사해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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