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원로 연극연출가 허규씨 별세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국립중앙극장장을 지낸 원로 연극 연출가 허규(許圭)씨가 27일 밤 10시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극단 실험극장의 창립동인으로 1960년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수업’을 연출하면서 기성연극계에 도전한 그는 서양연극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풍토에서 탈피, 1973년 전통극의 현대적 창조를 목표로 극단 ‘민예극장’을 출범시켰다. ‘서울 말뚝이’ ‘한네의 승천’ ‘놀부전’ 등 민예극단이 발표한 작품들은 이후 민족극 운동의 토대가 됐다.

또한 1986년 경복궁 복원 기념 상감마마 행차 행렬 재현,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및 거리축제 총감독을 맡았으며 1990년에는 일본 오사카(大板)에서 열린 ‘사천왕사 왔소’ 축제를 연출하는 등 전통문화축제 복원에도 힘썼다. 국립극장장 재직시(1981∼1989년)에는 판소리 다섯마당 완판 창작극을 무대에 올려 국악 부흥에 앞장서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박현령여사와 1남1녀. 장례는 31일 오전 10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02-364-9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