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구제역은 구제역이 상존하는 중국에서 건너갔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도 중국과 인접해 있고 무역과 교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수포성 질병인 구제역은 공기를 비롯한 물 사료 축산물 등에 의해 전염되고 소 돼지 사슴 양 등 우제류에 모두 해당된다. 따라서 전국으로 확산되면 한 나라의 축산이 모두 파괴되는 가장 무서운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제1종 전염병으로 지정해놓고 있었다. 그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구제역 발생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파주 지방 젖소와 한우농가에서 의사구제역으로 신고된 수포성 질병은 국제적인 구제역 공인 검사기관인 영국의 퍼브라이트 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중국 대만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O형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구제역은 경기 화성에서도 발생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 들어와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된다.
일본은 즉시 한국으로부터 돈육과 우육의 수입을 금지하고 나서 한국의 소 돼지산업은 구제역으로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축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한우는 35만 농가에서 195만2000마리를, 젖소는 1만4000 농가에서 53만5000마리를, 돼지는 2만4000 농가에서 386만4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기대와 달리 소 돼지 산업의 전체가 불행해지는 최악의 상태를 가상하면 관련산업인 사료 동물약품 유통 축산기자재 도축 수출업계 등을 포함해 피해액은 개략적으로 소 산업에서 약 15조원, 돼지산업에서 약 9조원 등 모두 24조원 수준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러한 엄청난 비상사태를 맞아 정부는 피해 축산농가에 시가기준으로 보상을 즉시 시행해 농가들이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전국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산농가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업(專業)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시간과 땀과 돈이 많이 든다. 젖소를 사육하는 낙농가가 5∼6 마리의 젖소로 시작해 50여 마리의 전업 규모로 키우려면 20년 정도 걸린다. 이렇게 해서 50여마리를 기르는 낙농가는 4인 가족기준으로 1인당 1만달러 수준의 소득을 올린다.
내가 아는 어떤 목장의 부부는 오전 4시에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젖소에게 사료를 주고 젖을 짜고 쇠똥을 치우고 목욕을 시켰다. 이 부부는 젖소가 건강한 모습으로 젖을 생산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려운 농촌생활을 견디어왔는데 이제 젖소는 떠나고 빈 우사만 남았다. 이 암담하고 서글픈 심정을 무엇으로 달래줄 수 있겠는가. 이들 부부에게 젖소는 한 가족이었다. 무언의 대화를 나누면서 정직하고 순수한 삶을 함께 영위하는 공동운명체였다.
전염병 때문에 평생동안 땀흘려 키운 젖소가족을 땅속에 묻어버린 목장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슬프겠는가. 이 무슨 푸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가축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 소비자들은 가장 완전한 식품인 우유를 생산공급하기 위해 고생하는 낙농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유는 발암물질도 파괴하는 건강식품이다. 돼지고기는 비타민 B1이 풍부해서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생활에는 필수적인 식품이다. 특히 150억개의 대뇌피질 세포의 활동에도 비타민 B1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수험생 도시락 반찬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럴 때일수록 애국심으로 축산물 소비를 늘려 우리 축산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농민들을 도와주기 바란다.
류제창(건국대 축산경영학과 교수·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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