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 산하 ㈜화승과 화승제지 화승 T&C 등 3개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고영립(高永立·51)사장. 부도가 나거나 망해가는 이들 회사를 맡아 잇따라 흑자로 돌려놓아 ‘마법의 손’을 가진 전문 경영인으로 꼽힌다.
도대체 그는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기에 시름시름 앓던 회사가 그의 손만 닿으면 살아나는 걸까. 고사장은 “먼저 최고 경영자가 임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직원들로부터 철저히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데 어떻게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는 걸까. 고사장이 털어놓은 위기탈출의 해법은 이렇다.
먼저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면 동요할까봐 경영상황을 알리지 않는 경영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영자라는 게 그의 지론.
둘째, 직원들이 전부 참여한 가운데 직원들 스스로 회사의 문제점이나 회사가 나갈 길을 찾아내도록 한다. “해답은 밖에 있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은 회사의 문제점과 방향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경영자가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지 못해서 잘못된 관행이 계속 되풀이될 뿐이죠.”
직원들이 회사의 문제점을 찾아내면 ‘대의(大義)를 위해서 필요없는 조직은 과감히 잘라내야 하고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일부 사람들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알린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철저하게 능력위주로 직원들을 솎아내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대리점을 내주거나 다른 회사에 취직을 시키는 등 최대한 배려를 해준다.
“회사가 책임을 근로자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경영자가 직원들을 감동시키지 않는 한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웃고 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조직 정비가 일단 끝나면 미치도록 일을 한다. 경영자와 임원들이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수익성이 있는지 항상 생각하도록 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도록 한다. 이 과정만 제대로 끝나면 구조조정은 성공이라는 게 고사장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위기탈출론’이다. 고사장은 마지막으로 “회사가 망하면 나는 죽는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한다”고 덧붙였다.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던 인텔사의 앤디그로브 회장보다 더 무서운 말.
고사장은 고대법대를 졸업하고 76년 화승의 전신인 동양고무에 입사해 줄곧 ‘화승맨’의 길을 걸어왔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