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 프로 테니스 선수”▼
그는 1969년 2월1일 아르헨티나의 레콘퀴스타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부터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어렸을 적 꿈은 프로 테니스 선수였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네웰스 OB와 리버플 레이트를 거쳐 1990년(당시 21세) 아르헨티나 최고의 명문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에 발탁된 그는 29경기에서 13골을 기록하는 뛰어난 기질을 선보인다. 이듬해 아메리카 컵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면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다. 세계를 놀라게 할 또 한명의 골게터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22살의 천재 바티스투타를 먼저 스카우트 하려고 알아본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피오렌티나.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피오렌티나는 유벤투스나 인터밀란, AC밀란 같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졌다. 이적료를 많이 준다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 제의에 순수하게 응했다.
▼피오렌티나 입단…94년 미국월드컵 출전▼
피오렌티나에 입단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던 그는 93-94시즌에는 32게임 출장에 16골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피오렌티나 부동의 스트라이커로써 자리를 굳힌 그는 1994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 뽑혀 미국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신이 내린 게임메이커’ 마라도나와 ‘바람의 아들’ 카니지아, 그리고 천재적인 스트라이커 바티스투타까지 합류한 강력한 우승후보. 나이지리아, 그리스, 불가리아와 함께 같은 조에 편성된 아르헨티나는 25살의 바티스투타가 그리스와 예선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다. 마라도나의 도움이 컸다고는 하지만 그의 위치선정과 골감각, 그리고 결정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그러나 해트트릭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르헨티나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다. 팀의 핵심이자 게임메이커였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마라도나가 약물복용사건으로 팀에서 추방된 것. 마라도나가 없는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만난 발칸의 맹주 루마니아에게 3대2로 무릎을 꿇는다. 그는 한골을 기록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노련한 천재’ 마라도나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을 잘 관리해 나갔다. 좌절하지도 않았고 슬럼프도 겪지 않았다. 95년 아메리카컵 득점왕, 94∼95시즌 36게임 출장에 26골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워 95∼96시즌에 피오렌티나를 리그 3위에 올려놓는다.
▼최강 멤버로 프랑스월드컵서 8강탈락▼
그렇게 그는 4년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리고 1998년. 이제는 팀의 주장이 된 그는 지난 미국에서의 쓰라린 아픔을 안고 마라도나와 카니자가 떠난 대표팀을 이끌고 프랑스에 입성한다. 아르헨티나는 조별 예선 3전 전승에 이어 16강전에서 잉글랜드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끝에 승리를 거둬 8강에 진출한다. 그는 자신의 몫을 정확히 해줬고, 마라도나 대신 오르테가가 그와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를 펼쳤다. 또한 자메이카와의 예선전에서 또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함으로써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와 해트트릭이 인연이 없었던 것일까.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네덜란드와 힘겨운 경기를 펼친 끝에 종료직전 터진 베르캄프의 골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다. 팀의 플레이메이커인 오르테가의 퇴장이 끝내 아쉬움을 남기는 경기였다. 1대1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결국 마지막에 네덜란드의 손을 들어줬고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탈락했다.
▼타고난 스트라이커…위치선정-헤딩능력 일품▼
그렇게 월드컵은 바티스투타에게 있어 좋은 기억만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무려 9년간을 몸담아온 피오렌티나에서만큼은 그는 확실한 ‘영웅’이다. 팀 전체득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그는 팀이 2부리그로 떨어졌을때도 끝까지 남아서 피오렌티나를 지켰고 다음해에 다시 1부리그에 올려놓았다. 98년 2월 개인통산 100골이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그리고 올시즌에도 23골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골감각을 과시했다.
그는 타고난 스트라이커다. 시속 150km에 달하는 폭발적인 슈팅이 장기인 그는 문전에서 찬스가 나면 어느 각도에서든지 슈팅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대부분의 경우 골로 이어진다. 의외로 쉬운 찬스에도 강하고 위치선정과 헤딩능력 또한 뛰어나다. 게다가 언제나 그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살려줄 수 있는 호흡이 맞는 미드필더가 항상 있다는 ‘운’까지 따라준다.
▼FIFA서 받은 상금 아동구호 단체 기부도 ▼
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이런 폭발적인 모습들과는 대조적으로 바티스투타는 의외로 조용하고 평범한 인간이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일단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그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경기전에는 반드시 계란 두 개, 베이컨 한 조각, 토스트 한 쪽과 차 한 잔만을 먹고 경기장에 나가며 유니폼 속에는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T셔츠를 입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이러한 그의 조용한 성격 덕에 바티스투타는 그 흔한 감독과의 불화설조차 나온 적이 없고, 해트트릭 기록으로 FIFA에서 받은 상금 1만달러를 아동구호 단체에 기부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뛰어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천재적인 축구선수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좋아하고, 그런 점이 바티스투타를 세계적인 영웅으로 만들어준게 아닐까 싶다.
김지현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britgirl@my.donga.com
◇ 약력소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Gabriel Omar Batistuta)
·생년월일:1969년 2월 1일, 아르헨티나 Reconquista 출생
·키/몸무게:185cm/73kg
·포지션:포워드
·A매치:아르헨티나 대표팀 65경기 47골기록(데뷔:91년6월27일)
·소속팀: AC 피오렌티나(이탈리아)
·1988-89년 Newell's O.B(아르헨)소속 16경기 4골 기록
·1989-90년 River Plate(아르헨)소속 7경기 4골 기록
·1990-91년 Boca Juniors(아르헨)소속 29경기 13골 기록
·1991-현재 AC Fiorentina(이탈리아) 스트라이커 활약
·'94, '98월드컵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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