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김재은/"내일은 내가" 세살교육 여든 가

  • 입력 2000년 5월 17일 20시 03분


《청소년 전문가들이 쓰는 '우리아이 어떡하죠?'는 매주 목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분은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책임감이 없어요. 제 할 일을 스스로 하지 않아요." 이런 탄식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유치원 원장댁 이야기인데 사내아이 쌍둥이에게 온갖 일을 다 시키는 그런 집도 있다. 젖떼고 난 후부터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하도록 훈련시켰다.

우유를 마시면 우유컵을 개수대에 갖다놓게 하고(돌 무렵), 밥먹고 난 후 그릇 씻게 하고(서너살때부터), 엄마가 없을 때 스스로 밥하고 반찬 마련해 먹게 하는 등 그 아이들이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데 못하는 집안일이 없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게 돼 있는 일, 마땅히 해야 할 일, 자기에게 맡겨진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을 때는 사과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잘 하겠다고 다짐하고, 그리고 능력이 모자랄 때는 그 일에 손을 떼는 습관 태도 의식 행동 등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성숙된 사람의 행태요, 시민으로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겪는 작금의 병폐는 무원칙 무질서 무책임에서 나온 것이 많다. 삶의 기준, 행동의 기준이 없고, 물신주의와 경쟁만 판치는 사회가 됐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책임의식과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가들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무책임한 행동, 무책임한 사람들 뿐인 듯이 보인다. 나라 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누구 한사람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으며, 그 흐름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한심스럽다.

포클랜드 전쟁 발발시 영국 여왕은 자기의 둘째 아들 에드워드를 일선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전시켰다. 우리 국회의원들이나 정치가들은 20%나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프랑스어가 있는데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명예에 수반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게도 이것이 요구된다.

아이들에게 책임감, 책임지는 행동을 가르치려면 일찍 시작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선택하도록 하고, 지나치게 명령조로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선택의 기회를 안주면 명령자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시키는데도 그것이 옳은 것이면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해 납득시키고 동의를 얻어야 책임을 지게 할 수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이 잘못되면 그것은 그를 뽑은 선거민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선거민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는 반드시 반성해야 하고, 사과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을 바로잡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좋은 본을 보여주는 일이다. 아이들은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김재은<이화여대 명예교수·창의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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