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독립유공자 묘역 심산 묘소앞. 김추기경, 심윤종(沈允宗)성균관대총장, 이우성(李佑成)민족문화추진회장 등 20여명이 심산 묘소 앞에 김추기경의 심산상 수상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를 드리기 위해 모여 섰다.
모두가 재배(再拜)를 올리는 참신(參神)의 시간. ‘추기경이 과연 큰절을 할 것인가, 간단한 묵념으로 대신할 것인가.’ 추기경을 제외한 참석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추기경 비서실은 앞서 “추기경께서 어떤 식으로 참배할 것인지는 관례가 없어 전적으로 추기경의 마음에 달렸다”고 밝혔고 주변에서는 추기경이 묘 앞에서 절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용기있는 추기경님’은 두 번 큰절을 했다. 심산상 관계자들은 흐뭇해했으나 추기경을 수행한 신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김추기경은 아랑곳없이 종헌(終獻)의식을 맡아 이번에는 홀로 재배했으며 제사를 끝내는 사신(謝神) 차례에 다시 한번 참석자 모두와 함께 재배했다.
천주교회는 1939년 제사금령을 철회한 이후 유교식 제례를 허용하고 있으나 추기경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김추기경은 행사 직후 “심산선생은 모두가 존경할 만한 분이고 이 분에게 하느님의 영원한 안식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큰절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추기경을 수행한 최승룡(崔承龍)가톨릭신학교총장은 “추기경께서 공식적으로 재배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