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건설· 중공업 이사직 퇴진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58분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직과 현대중공업 및 현대아산의 이사직을 모두 내놓기로 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정명예회장의 이사직 퇴진은 계열분리가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소그룹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몽헌(鄭夢憲) 현대 회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명예회장이 ‘계열주’ 자격으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도 곧 본인 명의로 바꾸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회장은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의 자금난과 관련, “최근의 자금난은 현대의 경영에 대한 시장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지 영업상황이 나빠 발생한 것은 아니다”면서 “지배구조가 확연히 정리된 만큼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자금문제는 일시적 현상으로 곧 극복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매출 8조원 순이익 2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사장은 “건설업의 특성상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어느 대형 건설업체라도 부채비율이 450∼500%에 달한다”면서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290%로 훨씬 적은데다 수익성 있는 사업수주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이 제때 유동성만 지원해 주면 계획대로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6월까지 자동차관련 4사를 분리하는데 이어 9월까지 13개사를 추가로 분리, 부채규모를 52조50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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