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을 입은 아테나는 분노에 차 사람을 돌로 바꿔버렸지만, 29일(한국시간) 아테네에서 만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25)는 피그말리온을 위해 동상을 살아있는 여인으로 만들어준 사랑과 관능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같다. 지난해 밀레니엄을 대표하는 8명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그를 꼽은 ‘뉴욕타임즈 매거진’이 ‘인간의 욕망을 몸 자체로 보여준다’고 평했듯, 블루진에 청자켓을 입고 나타났어도 그의 도발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7월1일 국내 개봉될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에서 그의 역할은 자동차 절도범 멤피스(니컬러스 케이지)의 옛 연인 스웨이. 기름때 묻은 정비복을 입고 자동차 밑에서 기어 나와도 관능적인 이 배역에 대해 졸리는 “남자들과 동등하고, 섹시하며 그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인 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졸리는 ‘미션 임파서블’등으로 잘 알려진 노장 배우 존 보이트의 딸. “나 자신과 내 일에 집중하고 싶어” 아버지의 성을 쓰지 않는 그는 올해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타며, 아버지의 후광으로 배우가 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수상 이후의 변화를 묻자 그는 엉뚱하게 “상을 탈 즈음에 남편(빌리 밥 손튼)과 결혼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번 결혼의 흥분에 비하면 수상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대답했다.
‘할리우드의 괴짜’로 알려진 빌리 밥 손튼과 졸리는 둘 다 온 몸에 문신을 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정열을 지닌 배우들로 유명하다. 올초 국내 개봉된 영화 ‘에어 컨트롤’에서 괴팍한 남편과 천방지축 아내로 함께 출연했다. “그때 각자 다른 연인이 있었는데도 영화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난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졸리는 마치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에 빠진 아프로디테를 연상시킨다.
10대 때부터 TV와 영화에 간혹 출연해 온 그는 지난해 에이즈로 사망한 수퍼모델 지아 카란지의 자기파괴적인 삶을 그린 TV시리즈 ‘지아’로 골든 글러브상을 타며 스타덤에 올랐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지만 어떤 역할을 맡든 섹시한 이미지로만 비쳐지는 게 사실. 그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왜 부담이 되나? 난 섹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죽을 때 하나의 기억만 갖고 갈 수 있다면 “남편이 두 아이와 자고 있는 장면을 간직하고 싶다”는 그는 빌리 밥 손튼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로드 무비에 조만간 함께 출연할 계획이다.
<아테네〓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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