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은 이날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직원들 앞으로 보낸 짧은 편지에서 “현대그룹을 창업하고 일구어온 정주영 명예회장께서 정몽구 회장 및 저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를 했다”며 “저는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이어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런 큰 뜻은 시대의 흐름과 현대가 다시 한번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발돋움하고자 하는 깊은 충정으로 이해해 달라”며 “사장님 이하 임직원들이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합심단결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회장이 남긴 편지는 20년간의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마치고 기업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데 따른 소감과 임직원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작별편지’라기보다는 장기 해외출장길에 오르기 전 조직을 추스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정회장의 한 측근은 “정회장이라고 한솥밥을 먹어온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심정이 왜 없겠느냐”며 “다만 구차하게 아쉬운 심경을 늘어놓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발전하길 바란다는 차원에서 간명하게 글을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회장은 1일 오전 사직서를 내고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직원들에게 이 편지를 보낸 뒤 종적을 감췄다가 이날 오후 일본으로 떠났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