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사를 전공한 시인은 97년 유럽미술기행 ‘시대의 우울’을 냈을 정도로 서양 미술에 식견이 있다. 책에 실린 ‘프라하’라는 글이 이화여대 교양국어 작문교과서에 전문 게재됐을 정도.
그동안 시인의 ‘상품성’을 의식, 여러 미술관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왼손 인대 부상을 방치해 둔 것이 악화돼 1, 2년간 사실상 절필 상태로 접어들게 되자 미술사 강의로 ‘공백’을 이겨내기로 했다. 정작 시인은 “서양미술을 전공하긴 했지만 강의 체질이 아니어서 사양해 왔는데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며 웃는다. 8개월여 동안의 속초시대를 청산하고 일산에 월세아파트를 얻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농으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강의는 슬라이드 위주로 진행할 계획. 핸드백도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할 형편의 그를 위해 주위의 동료와 선후배들이 제 일 처럼 강의 준비를 거들어 준다고 한다.
시인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양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면서 ‘그 때 그 작품’을 낳은 ‘그 시대와 그 인간’를 다양한 자료와 이야기를 통해 재구성해 볼 계획”이라며 의욕을 보인다. 선착순 50명 마감, 수강료 20만원. 02-736-1020.
<오명철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