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 고지서의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의 ‘예술의 전당’이다. 5개 공연장이 있는 예술의 전당이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은 9억7700만이었다. 예술의 전당은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이면 한달 전기사용량이 90만㎾h 안팎으로 전기요금은 1억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2개의 공연장이 있는 국립극장(4월)과 세종문화회관(5월)은 부속시설의 차이가 있지만 각각 전기요금으로 1512만원과 3221만원을 냈다.
재미있는 것은 ‘공장급 전기료’를 둘러싸고 공연업계와 한국전력, 산업자원부 등 관계기관의 시각이 현격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한전측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크게 주택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일반용(영업용)으로 분류된다. 대형 공연장은 물론 대학로의 소극장들도 일반 업무용 사무실이나 유흥업소 등과 같은 영업용에 속한다. 전력 판매단가는 영업용이 산업용에 비해 두배 가깝게 비싸다.
공연업계에서는 공연장의 전기요금을 산업용 또는 교육용으로의 변경을 주장한다.
예술의 전당의 한 관계자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기계가 돌아가야 ‘산업’이라는 발상은 구시대적인 것”이라며 “말로만 ‘문화 산업’이라고 할 게 아니라 이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대학로를 중심으로 30여개 공연장이 회원사로 가입된 ‘서울시공연장협의회’, 한국연극협회 등은 3월 ‘타당성이 있다’는 문화관광부의 의견을 첨부해 한전, 산업자원부에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에 적용되는 ‘교육용’ 요금의 적용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한전과 산업자원부의 답변은 ‘No’. 한전은 “현재 분류기준이나 다른 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부도 “공연장이 국민문화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력 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의 확보를 위해 전기료 경감은 어렵다”고 밝혔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그 의미는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