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행복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오늘 하루도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 주십시오’ 하는 기도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으로▼
방에 들어와 모처럼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틀어 놓고 ‘나를 키우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내가 쓴 시 한편을 골라 읽으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에 사랑의 아침 인사를 건넸습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걸
나는 말하면서/다시 알지…
어쩌다 외출해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노라면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다른 이의 인격을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부정적인 말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도 무책임하게 남을 헐뜯거나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절제없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영어조기교육의 열기로 심지어 아기들까지 고운 우리말을 익히기도 전에 영어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미래의 우리말 지킴이를 상실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언어야말로 늘 습관으로 길들여지기에 어려서부터 고운 말, 바른 말을 익혀두지 않으면 바로잡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다 보면 언어에 대한 반성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듯 합니다. 수도자의 신분을 낯설어하는 이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내가 먼저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종종 확실한 근거도 없는 모호한 말, 재미는 있지만 의미 없는 말, 독단적이고 편협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사소한 표현이라도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으로 하려고 애씁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짜증스러운 푸념이 나오려고 할 땐 “우린 더워서 고생이지만 곡식과 과일이 잘 익으니 뜨거운 햇볕이 정말 고맙지요?” 하고, 비가 와서 습기찬 것을 불평하고 싶을 적엔 “목마른 대지와 나무들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네요. 비는 얼마나 고마운지!”라고 말해봅니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우린 잘 모르잖아요”라고 조심스레 대꾸해 보고, 늘 자신을 비하하며 한탄하는 이들에겐 “걱정 마시고 힘을 내세요. 곧 좋아질 거예요”라고 위로의 표현을 해봅니다. 싫다, 지겹다는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 실제로 지겨운 삶이 될 테니 우선 말이라도 그 반대의 표현을 골라서 연습하다 보면 그 좋은 말이 우리를 키워주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감히 경륜 쌓인 교사처럼 친지들에게 일러주곤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나의 잘못이나 허물을 지적받았을 때도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일단 고맙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고 나면 마음이 자유롭고 떳떳해지는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관속에서도 막말은 말라'▼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 온다’는 속담을 의식적으로 자주 기억하면서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극단적인 막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랑의 인내를 실습합니다. 남에게 들은 말을 어설프게 전달해서 평화보다는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어리석음에 빠져들지 않는 지혜를 지니게 해달라고 오늘도 기도합니다.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나의 시 ‘말을 위한 기도’의 1절을 외우며 언어의 집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새롭게 거듭할 것입니다. 이 힘들지만 아름다운 노력의 여정에 여러분도 꾸준히 함께해 주실거지요?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道)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이해인(수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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