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강종만/금융기관 자본확충 시급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최근에 은행 투자신탁회사 등과 함께 종합금융회사의 제2차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금사는 1976년 도입된 이후 은행과 거래가 어려운 한계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 은행에 비해 규제를 비교적 덜 받아 수익성이 높은 금융기관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종금사가 설립돼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현실에 안주한 경영으로 금융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달과 함께 금융 산업과 금융 거래에 대한 규제 완화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세기 말 이후 경제 및 금융의 각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금융산업은 기존의 틀과 관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혁신과 구조 개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 석학인 피터 드러커의 얘기를 빌리면 전환기에 처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선택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방법은 전통적인 틀 안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금융기관 내 구조조정이나 인원 감축 등을 통한 비용 절감과 통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 등이 소극적으로 추진된다. 둘째 방안은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변신하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금융기관들이 혁신적 자아 파괴자로서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종합금융업은 금융 구조조정의 제1차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최근에는 살아 남은 종금사들도 경영이 어려워졌다. 작금의 금융 환경 변화는 금융기관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여 소극적인 방법에 의한 대응으로는 미흡하다. 종금사들은 이런 변화를 과거의 기준과 틀로 판단한 결과 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으며 시장 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현재 종금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종금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환경 변화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기관과 금융인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향후에는 엄청난 시련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누적된 부실로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며 규제 완화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 등에 의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다. 또한 FLC(Forward Looking Criteria)와 채권시가평가제 등의 도입에 따라 재무상태에 관한 투명성이 향상되면 금융 부실이 즉시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며 생존을 위해 다음 사항들이 시급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선 금융기관과 금융인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한다. 금융의 국제화와 진입 규제 철폐로 금융산업에서 독점으로 인한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적정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의 개척과 함께 금융기관과 금융인이 남보다 우월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 자산운용과 위험 관리의 효율성이 향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산 설비의 확충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전문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외국의 위험관리시스템 도입이나 외형 위주의 전산 설비 도입 등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개별 금융기관에 적합한 시스템 개발과 전산 설비 도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규모는 세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영세하여 국제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단순히 규모를 늘리기 위한 대형화는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므로 대형화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제반 사항들과 함께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추진돼야 할 것이다.

<권순택기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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