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여정’으로 대상을 받은 정용근(鄭容根·48)씨는 현재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예길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무명의 학원장.
그는 부산 대동고를 졸업하고 삼익엔지니어링 설계계획실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방송대 국문학과를 3학년까지 다녔다. 불혹을 넘긴 41세 때 목사가 되기 위해 부산 장로회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부산 장로회 신학교의 자매학교인 미국 훼이스신학교에 들어가 다시 학부과정으로 기독미술을 전공했다. 공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이것이 처음이자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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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경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작품을 심사했던 위원들은 나중에 대상 수상자가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다,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신학교에서 ‘기독미술’이라는 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내용적인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수채화를 그리는 테크닉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고 평가했던 터라 충격은 더했다.
정씨는 “미술대학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취미 삼아 그림을 쭉 그려왔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하나님의 자연계시로 알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 예술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어릴 때부터 키워온 꿈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꼭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기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