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정은숙/Arts섹션 기사-편집 인상적

  • 입력 2000년 8월 4일 20시 20분


인터넷을 이용한 실시간 사건보도가 크게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일간 신문의 역할은 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디지털 혁명과 함께 종이 매체의 역할도 점차 재조정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경우 종이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종이 매체의 사유적인 특징과 깊이, 사안을 한번 더 냉정한 시각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이 루머에 가까운 내용을 직정적으로 토해내는 멀티미디어와 다른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에 눈뜨게 된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 문화면의 확충과 입체적인 편집은 시의 적절한 기획이요, 인상적인 행보로 보인다. 특히 Arts 섹션은 시원한 컬러면으로 내용과 편집 두 가지 측면에서 과단성이 엿보인다.

화려한 지면 구성에 걸맞게 금주에도 ‘공연장 찾아 문화피서 가요’와 ‘문화는 뉴욕으로 통한다―맨해튼 프로젝트 21’ 기사는 여름 휴가철과 어린이들의 방학과도 연관되는 좋은 정보들이었다. 이 섹션의 HOT & COOL 코너도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한 지면인데 전체를 조망하다 보면 몇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Arts 섹션이라는 제목 자체가 적절치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난이 포괄하는 내용은 그리 한정적이지 않고, 또 그런 점에서 영어제목보다는 다른 우리말 제목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HOT & COOL이라는 코너의 제목도 이 말의 원래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기획이다. 주로 공연 안내와 연예면 기사가 많이 실린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른 좋은 우리말 제목이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보의 성격과 내용에 비해 제목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다. 예컨대 Money & Biz 섹션에 대해서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독자들도 이 Arts 섹션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음식도 좋은 그릇에 담을 때 빛을 더 발하는 법이다.

생활면에서 여성이 선호하는 기사들이 많이 실린 점에 비해 문화계에서는 여성적 시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도 지적돼야 하리라고 본다. 물론 여성주의적 시각에 일부 편협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점에서의 배려가 아쉽다. 가령 여성을 너무 소비의 주체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여성도 생산과 삶의 기획에 깊이 참여하는 존재라는 점을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부각시켜 주었으면 한다.

휴가철이기 때문일까? 정치나 경제면에서 이슈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모으는 큰 기사는 많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 16개 그룹의 결합재무제표 제출에 즈음하여 ‘어느 회계사의 고백’(8월 1일자 A8면) 기사는 시선을 그러잡았다. 기업 부실 문제는 비단 최근에 불거진 문제도 아니었지만, 그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회계사의 고백은 바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본을 잘 지키지 않은 채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세워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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