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옹 올림픽마라톤 제패 64돌 맞아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48분


“나 오늘 천당 갔다 온 기분이야.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아.”

손기정옹(88)이 9일 70여년이나 나이 어린 고교후배들로부터 ‘손기정마라톤 제패 64돌’ 축하꽃다발을 받아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8월9일은 손옹이 1936년 베를린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날. 이날을 맞아 손옹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 후배들이 조촐한 축하행사를 마련한 것.

행사는 경기 용인 수지에 있는 손옹의 딸집에서 있었다. 7명의 양정고대표들은 손옹에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승을 하고도 기뻐하지 못한 한 ‘대한 청년’의 회한을 되새겼다. 손옹은 “나라 없는 백성은 개보다 못하다”며 “여러분들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옹은 요즘 왼쪽다리 동맥경화증으로 기동이 불편한 상태. 3년째 바깥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하다.

손옹은 한 후배가 “고향 신의주에 가고 싶지 않으냐”고 묻자 “단 5m도 걷지 못하는 이 몸으로 무슨…. 옛날에 100여리를 어떻게 뛰었나 몰라”라며 말끝을 돌렸다. 자신보다 더 급한 이들이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신의주를 떠나와 기억이 희미하다고도 했다.

후배들은 손옹에게 큰절을 하며 “너무 정정하셔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나가시면 금메달을 따실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이에 손옹은 “후배들이 찾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애들이 언제 오나 손자 기다리듯 기다렸다”며 “다들 키도 크고 재주 있게 생겼다”고 말했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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