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이 동시에 차관으로 발탁되거나 형제간의 인연이 새삼 화제에 오르는 등 얘깃거리도 적지 않았다.
▽실무형 전문가 발탁〓차관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금융정책의 양대 축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2인자로 각각 금융에 해박한 식견을 갖춘 인물들을 중용했다는 점. 이정재(李晶載)신임 재경부차관과 정건용(鄭健溶)금감위부위원장은 옛 재무부의 핵심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금융 흐름에 대한 판단력과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적은 진념(陳稔)재경부장관과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차관과 정부위원장은 또 재무부 시절 선후배로 머리를 맞대고 일한 적이 많은데다 상대방 부처에서 현안을 다룬 바 있어 두 기관의 입장을 비교적 잘 이해하는 편. 앞으로 금융정책의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재경부와 금감위간에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가능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진념 장관라인의 부상〓부총리로 격상될 진념장관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대거 발탁됐다. 이차관은 진장관이 재무부차관으로 일했던 90년 저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정부위원장도 당시 증권정책과장으로 일하면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병일(金炳日)기획예산처차관 역시 기획예산위원회 사무처장 때 진념위원장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진념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장석준(張錫準)복지부차관 등도 진장관과 가깝다.
▽전문가 전진 배치〓보건복지부차관에 장석준예산실장이 발탁된 것은 의약분업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실시에 따라 재정 투입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 기획예산처는 정동수(鄭東洙)전기획관리실장이 환경부차관으로 영전한 데 이어 또 한번 타 부처 차관을 배출해 ‘예산권’의 위력을 과시했다. 문일섭(文一燮)국방부차관은 군수품 조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임명됐고 강길부(姜吉夫)건설교통부차관과 김병일(金炳日)공정위부위원장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케이스. 한편 엄낙용(嚴洛鎔)전재경부차관은 산업은행총재로 내정돼 금융분야에 대한 식견을 펼칠 기회가 생겼지만 최종찬(崔鍾璨)기획예산처차관 등 일부 차관과 외청장들은 자리 보장을 받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동명이인 차관 화제〓기획예산처 차관과 공정위 부위원장은 한자까지 같은 김병일(金炳日) 동명이인. 각각 행시 10회와 11회로 옛 경제기획원 선후배 사이이며 고향도 경북 상주와 의성으로 비슷하다.
경제기획원 시절 우편물이 다른 방으로 배달되거나 전화가 잘못 걸려오는 에피소드를 자주 겪었다. 김부위원장은 “71년 행시 10회 1차시험에 합격한 뒤 자신이 없어 2차를 포기했는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당시 신문에 실린 합격자 명단에서 김차관의 이름을 보고 아들이 합격한 걸로 오인해 동네 잔치까지 치른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