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曜쟁점토론]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39분


《정부와 민주당은 24일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노동3권을 보장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키로 했다. 인권 및 노동단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착취 인권침해 송출비리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환영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력상황은 합법과 불법이 전도된 실정이다. 7월 말 현재 25만8866명의 외국인 노동자 중 합법취업자는 6%에 불과한 반면 불법체류자는 64.1%, 체류는 합법이지만 취업은 불법인 산업연수생이 29.9%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16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법질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현재 시행되는 외국인연수취업제에는 이른바 "연수제도에 연수가 전혀 없다"는 치명적인 모순점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연수시킨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술연수를 전혀 시키지 않고,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실정이다. 비슷한 제도라고 주장되는 일본의 기능실습제도는 1년간의 실질적인 기술연수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문명국가를 지향한다면서 불법과 편법적 수단에 의존해 표리부동한 외국인력정책을 펼쳐 나간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력을 필요로 한다면 차별없이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고용해야 떳떳하다. 또 산업연수생에 대한 인권침해는 너무나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중장기적인 인력정책 전망에 따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고용허가제 도입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하겠다.

중소기업 등 일각에서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노무관리가 어려워져 도산이 잇따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첫째, 중소기업연구원 등 몇군데의 실태조사 결과 연수제도하에서도 기업주들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국인 임금의 74∼90.5%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숙식부담까지 고려하면 82∼94.2%를 부담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과 비교해 80∼85%의 생산성을 올린다는 점을 고려해 고용허가제 도입시 내국인 임금의 80∼85%를 지급한다고 하면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임금을 부담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 등은 외국인 노동자를 균등대우하면서 당연히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노무관리상의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세째, 실제로 일선의 중소기업주들은 고용허가제에 대해 사실상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8.9%의 중소기업주들이 고용허가제를 찬성하고 있다. 필자가 만난 많은 중소기업주들이 실제로 바라는 것은 외국인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 현행 연수취업제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은 과거 일본 미국 서독 중동으로 일하러 나가서 숱한 차별에 고통받은 경험이 있다. 또한 지금도 일본 등에서 많은 우리 나라 사람이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도 이 땅에서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차별없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박석운(노동인권회관 소장)

▼반대▼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은 실효성은 없이 엄청난 경제 사회적 비용만 치르게 될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고용허가제의 명분이 된 외국인 근로자 인권문제의 경우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며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불법입국자 불법체류자 불법취업자와 관련된 문제다. 그들의 신분상의 약점을 악용해 장시간 근로, 고의적인 임금체불, 위협, 폭행, 착취 등을 저지르는 악덕 기업주의 문제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불법체류자의 발생을 막고 기존의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데서 풀어나가야 한다. 악덕 사업주의 처벌과 불법고용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외국근로자 인권문제가 인력도입제도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둘째, 고용허가제 도입은 현행 연수취업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근로자 인권문제가 연수취업제 때문에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해 고용허가제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현재 합법적인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은 국내 근로자에 근접한 임금수준과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으며 의료 산재 상해보험 및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보증보험까지 가입하고 있다.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인권보호 및 취업 조건이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중소 제조업체를 비롯한 3D업체의 인력난 해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수취업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합법 체류와 불법 체류를 엄격히 구분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고용허가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패한 제도다. 현재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과 싱가포르 대만은 여전히 불법체류자와 인권문제, 실업과 범죄 증가 등 심각한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겪고 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성장 둔화와 대량 실업자 발생으로 사실상 고용허가제를 폐지했으며 일본도 우리의 연수취업제와 같은 기능실습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등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게 된다면 이론적으로는 처우와 인권보호는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의 반응은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외국인 인력수요는 격감하고 그럴수록 음성적 불법고용자는 늘어날 것이다. 중소기업은 고임금과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며, 악덕 기업주의 횡포가 사라지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국제 노동 인권 문제를 일으키고 또 한편으로는 국내 노동시장 질서 및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또 북한의 근로자를 받아들이게 될 통일시대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사회와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섣부른 한건주의식 개혁 접근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만 범할 것이다.

서건일(중소기업연구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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