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꽃동네 세운 제자에 감동 무료양로원 설립한 스승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개신교 장로가 제자인 천주교 신부에게 받은 감화로 전재산을 털어 무의탁 노인을 위한 무료양로원을 설립했다.

8월 28일 충남 금산군 진산면 교촌리에 무료양로원 성지원을 개원한 김병오(金秉伍·69)씨는 ‘꽃동네’를 설립한 오웅진(吳雄鎭·55)신부의 대전 대성고 3학년 때 담임교사. 현재 대전 복음교회 장로인 김씨는 제자인 오신부가 일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무의탁노인을 위한 양로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91년 이후 꽃동네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오신부처럼 뭔가 무소유와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2년전 20년 동안 재직하던 대성여상 교장직에서 정년은퇴하면서 김씨는 뜻하지 않게 위암선고를 받았다. 평생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김씨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수술대에 올라서면서 ‘하나님 한번만 살려주시면 정말 보람있는 일을 하겠습니다’고 기도했다. 수술후 1년 동안 항암주사를 맞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건강은 조금씩 회복됐다.

이후 조그마한 무료양로원이라도 열 생각으로 생활하던 아파트를 팔고 정년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합해 땅을 보러 다녔다. 결국 충남 금산에 땅을 사 건평 60평으로 20여명이 살 수 있는 양로원을 연 것이다. 개원식에는 오신부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오신부가 축복기도를 했다.

김씨는 고교시절 오신부에 대해 “가난하게 살면서도 정의감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하면서 “꽃동네는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것이지만 그 사랑의 정신을 작게라도 실천에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신부 역시 76년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발령받으면서 만난 최귀동 할아버지에게 감동을 받아 꽃동네를 창설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40여년 동안 동냥을 해 10여명의 병든 걸인을 돌봐온 최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오신부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의 꽃동네를 일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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