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시로 등단한 정휴스님이 소설을 낸 것은 ‘경허’에 이어 두번째로 첫 소설이 전기적 실명소설이었다면 이번 책은 자전적 고백록을 담은 작품이다.
‘열반제’는 구도(求道)소설이지만 여러 대목에서 오늘날 불교와 종단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필자 자신이 ‘조계종의 제갈량’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종단 중앙무대의 핵심에서 활약하며 정치와 협상을 주도했던 점을 떠올리면 더욱 현실감이 난다.
그는 등장인물 중 하나인 초연거사의 입을 빌어 “불상이나 범종을 만드는 불구점 주인들은 주지들과 이중 계약을 맺어 신도들을 속인다”며 불사(佛事)가 치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암시하는가 하면 “수입 좋은 절 주지 하나 임명하는 데 몇백만원이 거래되고 일년에 총무원장을 두번씩이나 갈아치우면서 뒷거래를 하는 스님네가 중인가”하는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화자의 비판은 종단의 체질과 풍토로까지 이어진다. “종단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온갖 비리를 자행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계율과 종헌 종법을 강요하는 데서 현실적인 부조리는 커진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닭벼슬보다 못한 권력을 가진 놈들이 먹는 음식은 낭만이고, 돈 없고 권력 없고 절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먹은 음식은 불음주(不飮酒)를 깨뜨리는 파계이니 참으로 세상이 개판이군”이라고 한탄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