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은 1주일 뒤 ‘학생지도과’ 명의로 답변을 띄웠다. “실명(實名)을 쓰는 것이 떳떳한 품성 도야의 길이다” “앞으로는 맞춤법에 맞는 글과 정확한 용어를 가려 쓰라”는 등의 ‘훈시’가 앞섰다.
학교측은 “커트머리는 교칙이다. 학생은 입학할 때 이를 준수하겠다고 서약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이런 의견은 학교에 먼저 건의해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열린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행위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 뒤 이 홈페이지에는 학교측의 답변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떴다.
한 네티즌은 “그런 답변을 듣고 학생이 수긍할지 의문”이라며 “말꼬리를 잡는 답변이 과연 최선이었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학생들의 의견제시와 토론을 위축시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29일 이 홈페이지에 ‘보충수업과 야간학습을 강제로 시켜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비실명으로 올린 S고교생은 “솔직히 이름 밝히기가 두렵다. 한 선배가 얼마 전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가 학생과에 불려가 혼쭐나는 걸 봤다”고 털어놓았다.
10대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이미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이고 생활의 일부다. 그들은 이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공감대를 만들려고 한다. 이들에게 고답적인 지도는 공허할 뿐이다. 디지털시대의 학생지도는 그들과 눈높이를 같이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서는 안되겠지만 학생들의 존경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우선 교사 자신들의 몫이다.
<지명훈기자>mhj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