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처음 서울을 찾은 그는 기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기자는 ‘하늘빛이 짙푸른 9월에 서울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맑고 진한 가을 하늘빛과 같이 서늘한 목소리.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가 세 번째 내한 독창회를 갖는다. 17일 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97,98년 두 번 열린 보니의 내한 독창회는 지난 1990년대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성악 연주회로 기록된다. 슈베르트와 슈만 곡을 노래했던 97년, 모차르트와 볼프 등을 노래했던 98년 무대에서 보니는 깃털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샘물같이 맑은 소리의 이미지를 길어냈으며, 노래하는 작품마다 단어 하나하나의 뉘앙스, 모음과 자음의 독특한 색깔을 여지없이 짚어내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보니는 미국 뉴저지 출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1985년 영국 코벤트 가든 오페라극장에 데뷔하면서 국제적 스타의 대열에 들게 됐다. 텔덱사에서 나온 ‘모차르트 가곡집’ ‘슈베르트 가곡집’, 데카사에서 나온 ‘미국 가곡집’ ‘스칸디나비아 가곡집’ 등 그의 음반은 발매 때 마다 기성 명연반(名演盤)의 권위를 퇴조시키는 ‘화룡점정의 앨범’으로 손꼽힌다. 김규환 ‘님이 오시는지’, 김효근 ‘눈’ 등 우리가곡을 우리말로 부른 음반 ‘포트레이트’ (1998)도 널리 사랑받는 장기 베스트셀링 앨범이다.
이번 콘서트 연주곡은 그의 ‘스칸디나비아 사랑’을 상징하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여섯개의 가곡’, 리햐르트 시트라우스의 ‘9월’ 등 가곡 네 곡, 그리고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론 코플랜드의 ‘에밀리 디킨슨 시에 의한 12개의 노래’다. 북구 출신으로 종종 오해받는 보니는 ‘나는 양키여자’라고 말한다. 코플랜드는 작품속에서 ‘양키’기질을 가장 잘 구현한 작곡가로 꼽힌다. 2만∼8만원. 02―598―827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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