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약분업안의 골격을 갖추는데 일조했던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趙弘晙·40)교수가 파업중인 동료와 선후배 의사들에게 띄운 글이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의료단체에서 정책자료나 법률안을 만들면서 사회문제에 눈뜨게 된 조교수는 이 글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이 아니고는 의료개혁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교수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시작된 이 글은 어느 방송국 토론회에서 조교수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의 대정부 요구안에 대한 생각을 밝힌 뒤 선후배와 동료로부터 따가운 눈길과 질책을 받자 해명 형식으로 보낸 E메일. 누군가 그 글을 대한의사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띄우면서 알려졌다. 이 글에서 조교수는 자신이 87년 공중보건의로 충북 음성에서 근무할 당시 농민들이 불공평한 의료보험료에 항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료보험 개혁운동에 참여하게 됐음을 고백했다.
조교수는 특히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식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개인의 경험을 빌려 이야기했다. 간암 환자이면서도 의사 파업에 매우 긍정적이던 자신의 아버지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는 것. 조교수의 아버지는 8월 초순 입원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아무 처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이 파업으로 인한 진료공백을 메우느라 고생하지만 저 자신도 아주 심각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조교수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의료계와 시민운동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부탁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